2년차 교사가 되니, 수업에서 드는 고민점들을 작더라도 남겨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수업했던 기록이 온라인 수업 영상이나 활동지 등으로 남아있긴 하지만, 그것들은 수업을 준비한 내용이 담겨있는 것이다. 수업 이후에 가졌던 고민들이 100%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거꾸로 말하면 100% 머릿속에 남아있지도 않다. (사실 반의 반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뭔가 거창한걸 적고싶어서 글을 적지 않고 있었는데...ㅎㅎ 그냥 한두 줄이라도 그냥 생각이 드는대로 이곳에 기록해두려 한다. 보여주기보다는 스스로의 생각을 기록해두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시작한 곳이기 때문에, 정돈된 글만을 남기겠다는 생각은 버리겠다.

 

잡설이 긴데, 본 생각으로 돌아가보자. 그냥 머릿속에 떠다니던 생각들을 무질서하게 나열할 거라, 전체를 관통하는 메세지나 결론이 없을 것 같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1

 

작년에 이 부분을 수업할 때는 학생이 등교하지 않아서, 그냥 촬영한 수업 영상만을 올렸었다. 나름 힘줘서 만들었던 파트라 혼자 만족하긴 했었는데, 학생들의 반응을 제대로 관찰할 일은 딱히 없었다.

 

따라서 내 오랜 기억을 더듬어서, 과거의 김밀이 수업을 듣는다 생각하고 수업을 구상하였던 것 같다.

 

나는 십수년 전 삼각형의 외심, 내심을 공부하던 기억이 비교적 선명하게 남아있다.

 

문제집 앞부분에 정리되어 있는 외심, 내심의 성질을 그냥 외우고, 문제에 적용하는데 문제의 그림을 보면 내심이든 외심이든 비슷해보여서 성질들을 굉장히 헷갈려하며 문제를 풀어나갔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가서 어느날 갑자기 "아 외심은 외접원의 중심, 내심은 내접원의 중심의 준말이구나. 그래서 외접원, 내접원을 그려보면 그 정의나 성질들이 그냥 너무너무 당연해서 뭐 하나 외울 필요조차 없는 것들이구나"를 깨닫고 중2때 난 대체 뭘 했던것인가 혼자 충격을 받았던 것까지 기억난다.

 

물론 당연하다는 것은 원의 성질과 같은 것들이 어느정도 내면화가 되어있어서 가능한 것이었고, 중2에게 외접원을 그려준다고 해서 그만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적어도 김밀(15세)처럼 뭔지 하나도 모르고 무지성 문제풀이 도구로만 사용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

 

그래서 외심, 내심을 의미있는 지식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두 점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는 점을 찾는다는 상황을 두 명의 학생이 약속 장소를 잡는 상황으로 제시하여 지도에 표시하도록 하였다. 그냥 두면 문제 상황 자체도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아, 선분의 중점도 정답이지만 다른 곳도 있다는 힌트를 제시했다.

 

몇몇 예습한 학생들은 수직이등분선을 그려놓고 엎드려 있다. 한 반에서 많아야 2~3명의 학생이 점을 몇개 찍은 뒤에 연결하여 수직이등분선처럼 생긴 녀석을 찾아서 그리고 있다. 절반 정도는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이런 과정을 통해 종이도 접고 하며 수직이등분선이라는 답을 반쯤 억지로 알려주고... 선분의 수직이등분선 위에 점이 있음과 점이 선분의 양 끝점으로부터 이르는 거리가 같음이 같은 말임을(동치임을) 설명하는데, 이때 아이들 표정이 조금 어두워지고 대답이 잘 안나오기 시작한다.

 

이전 교육과정에는 조건이고 명제고 이런 말들을 도형 단원을 도입할때 먼저 가르쳤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런 부분이 통째로 빠졌다보니 더 어려워하는 듯 싶다. 애초에 내가 설명하기도 더 어렵고... 내가 교육과정에 역행하는건가 싶기도 하다.

 

아이들 표정이 이러니까 해당 부분을 빼고 조금 느슨한 정당화를 지도하게 된 것인지, 그런 내용을 빼니까 아이들 표정이 이런 것인지는... 아마 둘 다이겠지?

 

 

3

 

표정이 어둡긴 해도

 

수직이등분선 <-> 두 점으로부터 거리가 같다

 

를 알아냈으니, 일사천리로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

 

세 명의 약속 장소는 수직이등분선 두개를 그리면 바로 찾아낼 수 있고, 세 개를 그려봐도 당연히 그 곳에서 만난다. (추이성을 풀어서 설명하면 대부분 납득한다.)

 

직선 세개가 만나는게 신기한 일이라고 호들갑도 조금 떨고... 이후 외심의 성질들도 어렵지 않게 모두 이끌어낼 수 있다.

 

해당 과정에서 '수직이등분선 <-> 두 점으로부터 거리가 같다'를 어느정도 마음속에 받아들인 학생들은 끄덕이는 듯 하나, 아닌 학생들은 뭘 하고있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내심 역시 활동을 하고, 각의 이등분선을 사용해서 비슷하게 진행한다.

 

 

4

 

너무 길어지고 영양가 없어서 급히 마무리지으려 한다.

직전 3번 단락의 마지막 줄에서 이놈이 글을 쓰다가 갑자기 귀찮아져서 펜을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셨을 수도 있다. 매우 정확하다.

내용도 없고 읽기도 싫은 글인 것 같은데, 써둔게 아까워서 그냥 내가 나중에 보려고 올린다ㅎㅎ

 

외심 활동에서는 친숙하게 하려 친구들의 약속 장소를 찾기로 했지만, 그냥 사업 부지나 공장을 짓는다던지 하는게 조금 더 실제적인 맥락에서는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수직이등분선, 각의 이등분선을 적극 활용한 논증이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용했지만, 내 생각만큼 학생들에게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하면 할수록 교과서에 적힌 방법이 완벽하진 않아도, 왜 그렇게 서술했는지는 이해가 더욱 되곤 했다.

 

다음에 또 이 부분을 수업한다면, 이러한 논증을 더 확실하게 강화해서 잘 전달해볼 것인지... 아니면 그냥 교과서 식으로 전개할 것인지, 제3의 길이 있을지? 고민을 해볼 것 같다.

 

나름대로 공을 들여 수업한 파트인데, 기대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았던 것 같다. 딱 50점 정도였노라 자평하며 글을 맺자.

+ Recent posts